2023년 4월 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성난 사람들"은 최고 순위 2위까지 오르며 비평가와 이용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으며 마무리 됐다.
성난 사람들(Beef) 평가
로튼 토마토: 92% (평점: 7.5/10)
메타크리틱: 75점 (평점: 6.5/10)
인디와이어: A-
버라이어티: 4/5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성난 사람들은 현대 사회의 분노를 탐구하는 도전적이고 유머러스한 드라마이다."
뉴욕 타임즈: "성난 사람들은 넷플릭스의 최고작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는 분노가 쌓여 있다.
이 드라마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소외감을 그렸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소통이 단절된 현대인들의 고독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신체 접촉마저 없는 언컨텍트, 비대면 시대로 접어들면서 현대인들의 고립감은 더욱 커졌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어떤 일이 엉망이 되고 재산이 날아가고 누군가에게 위협받는 것이 분노의 이유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이다. "성난 사람들" 속 주인공들의 분노가 어떻게 해소되는지의 과정을 보면 왜 분노가 쌓였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자신을 진실하게 봐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니(스티븐 연)는 어떤 일이 엉망이 될 때 마다 "항상 뭔가 있어"라고 말하며 분노한다. 일이 잘 풀릴 것을 기대하지 않는 아예 체념한 상태다. 그 '뭔가'는 대상이 불명확하다. 대니는 자신의 일을 망치는 불명확한 대상에게 분노한다.
영화 "쓰리 빌보드"를 보면 주인공 밀드레드는 딸이 죽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어 그 분노는 사방팔방으로 퍼진다.
대니와 에이미(앨리 윙) 역시 분노의 대상이 불명확해서 그 분노가 사방 팔방으로 퍼졌다.
대니의 평탄화 작업
소시오 패스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성장을 막는다고 한다. 이것을 평탄화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그 사람이 성장하면 자신의 도구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사람들과의 연결감을 잃고 있던 대니는 유일하게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피붙이인 동생 폴의 성장을 막는다. 대학 지원서를 몰래 버린 것이다.
대니가 폴의 성장을 막은 이유는 도구로 쓰기 위해서라기 보다 고립감을 해소해 줄 몇 안 되는 사람인 동생마저 떠나지 않기를 바라서이다. 마찬가지로 대니는 아이작(데이비드 최)이 인간적으로 별로인걸 알면서도 관계를 유지한다. 고립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교회에서 눈물 쏟은 이유
대니가 교회에서 눈물을 쏟은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회개해서라기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유대감을 느끼는게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니는 기술공으로서는 능력을 갖췄지만 일터에서 유색인종으로서 차별받고 무시받기 일쑤인데 드라마에서 그린 일을 당할 때 덤덤해한다. 그런 일을 자주 당했기 때문이다. 교회에는 같은 인종 사람들만 있다. 소속감이 순간적으로 확 느껴지며 고립감이 일시적으로 해소된다.
하지만 교회가 해소해주는 고립감은 임시 처방약처럼 잠깐이다. 교회를 떠나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립감을 느끼며 이로 인해 분노가 쌓여간다. 그 분노는 불을 지필 대상만 찾게 된다.
대니와 에이미는 아주 사소한 일로 관계가 시작된다. '로드레이지' (우리말로 '보복 운전)가 시작인데, 클락션을 울리는 일이 그렇게 크게 분노를 느낄 만큼의 일이 된 것은 그전에 분노가 잔뜩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분노의 원인은 '고립감'이다.
완벽한 가정을 이룬 에이미가 느끼는 외로움
에이미는 완벽해 보인다.돈도 많고 귀여운 딸도 있고 자상한 남편도 있다. 대니는 에이미가 다 가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돈을 얘기한 게 아니다. 고립감을 느끼는 대니가 볼 때 가정을 가진 에이미가 완벽한 사람처럼 보인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 자체가 소속감과 유대감을 줄 테니까. 하지만 누가 봐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아야 할 에이미 역시 외로움을 느낀다.
자상한 남편과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상담사와도 얘기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그만큼 찾기 어려우며 먼저 터놓고 얘기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이점 또한 대니와 상반된다. 대니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지만 에이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터놓고 얘기도 해본다. 하지만 대니와 에이미 둘 다 결국 외로움이라는 영역에서 보면 같은 곳에서 만난다.
대니 입장만 나왓다면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 가정이 없어서, 전문가와 상담을 받지 못해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에이미의 경우를 보면 그것 또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립감을 벗어나려면
대니와 에이미가 모든 것을 투명하게 인간적으로 소통하고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극한의 상황과 감정에 솔직해서가 아니다. 웃기지만 열매를 잘못 먹어서이다. 에이미와 대니는 이상한 열매를 잘못 먹어 구토를 하고 환각증세를 겪는다. 그날 밤 죽을 듯이 아픈 상태와 몽롱한 상태에서 둘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눈다. 그로 인해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인간적으로 완벽한 교감을 갖는다.
이 장면은 웃기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그런 이상한 열매를 먹지 않고서는 누군가와 이렇게 완전 투명하게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미는 대니를 끌어안는다. 로맨스가 아닌 인류애같은게 느껴졌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사실로 그들의 마음은 따뜻해졌다. 그 느낌은 단 둘이 갖는 것이지만 그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면 누군가에게 별 것 아닌 일로 클락션을 울리는 일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 없는 분노가 사방팔방 퍼졌던 것처럼 따뜻한 마음도 여기저기로 퍼질 것이다.
이상한 열매를 먹지 않은 이상 완벽한 교감은 어려운 것이니 외로움은 당연한 것이다. 드라마는 그것이 결코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전체를 통틀어 비유적으로 보여줬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라나는 환경은 개인마다 너무나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다. 원시 부족은 현대인과 비교했을 대 상대적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쉽다. 고립감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교감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나부터 상대를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서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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